별거없는 목사의이중생활/책상뒤 은밀한 낙서 10

개인주의를 처방 받았다.

오랜만에 정신과 선생님과 상담을 진행했다, 나름 멘탈이 강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로 모르는 사이에 데미니가 쌓였던 모양이다. 가랑비에 옷이 젓고 잔펀치에 넉다운 된다고 작년 (2024년)  한해는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들로 인해서 타격입고 피멍든곳이 한구둔데가 아니게 더 있다가는 모슨 일을 저질러도 저지를 판이었다.  한번도 격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겪어야 되는 일들이 한꺼번에 터지고 믿었던 관계가 무너지면서 이제는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해 졌다, 사람들이 시혜처럼 베푸는 배려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진단을 내린다. 어차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관계 안에서 버틸려고 노력하지 말고 벗어나서 홀로 자유롭기를 기대하는 것이 자신을 지킬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임을 배워가는 요즘이다. 사람들은 관계안에서 ..

아버지의 귀천(歸天) II

아버지의 장례가 끝나고 가족들은 일상으로 돌아왔다.어머니는 3일장내내 50년 이상을 함께 살아온 남편의 임종과 마지막 가는길을 바라보지 못했다는 원망을 자식들에게 쏟아 놓으셨다. 가족들중 유일하게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본 내가 어머니에게 해드릴수 있는 유일한 위로는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얼굴이 그 어떤 때보다 편안했음을 말씀드리는 것이 전부였다. 임종 당일 그저 아무일 없이 병원 진료를 보고 다시 돌아오겠노라 약속했던 아버지의  그 한마디가 마지막이 될줄은 꿈에도 생각지도 못했던 어머니와 우리 가족에게는 어디서 부터 어떻게 받아들여야만 할지 모르는 급작스러운 일이 되버렸다.장례를 지내는 동안 내가 해야만 했던 일들은 가족들의 슬픔을 위해서 내 슬픔은 잠시 뒤로 뭍어 두는 일이었다. 어금니를 악다물고 장례를..

아버지의 귀천(歸天) I

귀천(歸天)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 한 두달 간격으로 반복되는 장례로 인해서 은혜도 무뎌지고 아버지의 부재라는 현실이 주는 그리움이 조금씩 밀려오는 시간을 대면하고 있다. 아버지는 나에게는 기댈수 있는 커다란 산이었고 방패막이였다 나이가 들고 장가를 가서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된 자식일지언정 여전히 아버지는 당신 스스로가 우리 가족에게는 기댈 수 있는 산이길 원했고 방패 되기를 소망 하셨다.내가 원했던 것은 비록 세상 풍파에 육신이 쇠약해지고 정신이 흐릿했어도 아버지라는 이름의 존재가 늘 옆에 ..

목사는 맞는데 기독교인이 아닙니다.

어느 순간 부터 이해를 바라는 수고를 하지 않게 되었다, 이전에는 나 자신을 누군가를 이해시키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살았던것 같은데 지금은 굳이 오해할 일이라면 그냥 오해 하게 놔둔다. 내가 했던 나름의 최선이 누군가에게 만족으로 채워지지 않았다면 그 이상은 내가 어떻게 할수 있는 영역은 아니기에 그 결과가 오해로 돌아오는 것이라면 그 다음에 내가 할수 있는 최선은 그냥 놔두일이 되었다.오늘을 사는 것이 내일을 위한 삶을 위한 것이 아니기에 오늘 내가 할수 있고 쓸수 있는 모든 것을 소모하고 내일이라는 미래를 기대하고 살기로 마음 먹었었다. 무엇을 이루기 위한 노력들이 결국은 내가 소중히 여겼던 것들에 대한 소모였음을 알았을때 성경의 전도서 기자가 말했던 것 처럼 살아보니 인간이 추구했던 모든 것들이 ..

더욱 인간다워짐으로..

내가 일하는 IT 분야는 수많은 정보들과 새로운 기술들이 쏟아진다, 특히나 한국은 이러한 새로운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빠르게 적응하는 국가로 유명하다, IT강국이라는 말은 괜히 나온말이 아니라는걸 업계에서 20년간 일해오면서 보고 듣고 느끼게된 사회적 변화였다, 4차산업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등장했고, 클라우드, 빅데이타, 인공지능 이런 기술적인 용어들이 등장하면서 사회는 디지털 시대로 방향을 선회하기 시작했다. 그런 산업적 변화에의 과정에서 인공지능 알파고(Alpha Go)가 등장했고 세계에서 내놓으라 하는 바둑기사들이 알파고에 무릎을 꿇으면서 세계는 큰 충격에 빠지게 된다. 바둑기사 이세돌이 알파고를 상대로 이긴 1승은 인간이 인공지능을 이겼던 인류 최초의 승리이자 마지막 승리가 되었고 이세돌..

좀 주셔도 되잖아요..

믿음이라는 종교적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면서,  내가 어떻게 할수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되면 간절히 기도해도 이루어지지 않음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서 내가 믿고 사랑하는 신에 대해서 대변해야 되는 논리를 찾아야만 했었다. 나를 사랑하고 내가 신뢰하는 신은 나를 그렇게 버리지 않을거라는 믿음과 신뢰 그것이 하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이 해야 되는 당연한 일인것 처럼, 갈기 갈기 찢기고 벌어진 상처의 신음을 내뱉는 일보다 어리석게도 믿음의 끊을 놓지 않기 위해서 고통중에 하나님을 찬양하기 위한 일이 복된 것임을 잊지 않으려고 어금니를 깨물고 또 깨물었다.  나만 겪는 고통이 아니라고, 인간의 타락으로 시작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들이 겪는 보편적인 고통일뿐, 그게 나에게 다가왔다고 해서 이상할 것이 없음을 자연..

어느덧 10주기...

9년전 안산 세월호 합동분양소를 찾았을때 300여명의 애띤 영정사진이 체육관 좌측 끝에서 우측 끝까지 빼곡히 채워진 모습을 바라보면서정신을 차릴수 없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일인가?, 슬픔이라는 감정조차 느낄수 없도록 모든 말초 신경계를 태워버릴 듯한 고통이 존재한다는 것을, 빼곡히 정렬되어 있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영정사진을 바라보면서 그 고통의 존재를 현실에서 뼈저리게 실감할수 있었다. 세월호 참사가 있고나서 지금까지 나같이 돈없고 빽없는 사림이 세상을 바꿀수는 유일한 방법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한바퀴라도 굴리겠다며 겁없이 덤벼드는 정신나간 인간중에 잘 분별해서 그나마 멀쩡한 누군가에게 힘을 보태는것 말고는 딱히 할수 있는일이 없었다. 그런데 세상 참 거지같이 않바뀌더라 여전히 막말은 넘쳐나고 자식을 키우..

나이드니까 바뀌더라. [덴버 여행기 1]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그때 마다 바뀌는 것들이 있다, 사람을 대하던 방식도 뭔가 내 자존감이 누군가 보다 감정적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전투의식? 같은게 사라지고 힘이 빠지면서 말투가 부드러워지고 말수도 적어진게 된다, 뭐 굳이 많은 말을 해야할 필요를 못느끼는 이유가 많아지는 거겠지,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도 이전에는 보지 느끼고 찾지 못했던 아름다움들을 발견하게 되더라, 그리고 정말 위대하고 대단하다고 느꼈던 것들이 어느 순간 다시 보니 별거 없음을 발견하게 되면 그 때 뭐 때문에 위축이 들었었나 싶을 정도의 새로운 시선들로 바라보게 된다. 외국계 IT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뭐랄까 어떤 복지 처럼 주어지는 혜택이라면 해외에서 본사 방문이나 트레이닝을 받을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그러니까 회사 돈으로 해..

당혹스럽다..

다니엘은 바벨론 포로로 있던 이스라엘을 대표해 기도할때 그는 야훼 자신을 위해서 이모든 공의와 심판을 이룰것을 기도하고, 다윗은 고난과 탄식 자신을 넘어뜨리려는 악의 현실에서 야훼의 심판과 공의로움에 매달리기 시작한다. ​ 하지만 야훼는 그런 인간들의 기도에 창조에 원리로 응답하신다, 정의와 윤리 그리고 도덕 법칙에 대한 인간들의 반복적인 물음에 야훼 또한 반복적인 답변은 창조의 원리였다, 이성적인 이해와 믿음을 근거를 바탕으로 받아들이려 해도 신비라고 말하기에는 동의하기 어려웠다. ​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씩 열리면서 깨달게 되는것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인간이 꿈꾸는 이상적인 세상에 대한 기대에는 결국은 기울어진 인간의 욕망과 의도가 깔릴수 밖에 없다는것이 조금씩 보인다, 완벽을 기대할수 없는 차선의..

예.천.불.지를 외치지 않는다.

대단한 사명이 있거나 부르심이 있어서 시작한 신학 공부는 아니였다, 청년들과 오래 함께 하면서 그들에게 내가 경험했던 신앙의 체험이나 기적을 가지고 건강하고 올바른 신앙인의 길이 무엇인지 알려주기에는 실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리고 신앙이 그들에게 참된 의미가 될수 있고 분명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말해 주기에도 나스스로도 설득력이 부족했기에 선택한 신학 공부였다. ​ 예.천.불.지(예수 천국 불신지옥) 을 외치지 않았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겠으나 복음이 말하는 신앙은 두려움을 기반을 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격적인 만남과 사랑으로 성령께서는 인간의 삶에 개입하시기에, 누군가를 삶을 향해 당장의 변화를 이끌어 내려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지금도 그래서는 안된다고 믿는다. 짦은 3년의 신학을 공부하고 ..